넷플릭스 | 어른이를 위한 추천 영화, "꿈은 인생의 이정표다" 슬럼버랜드(Slumberland) 감상 후기 (ft. 결말/스포일러 있음,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출처-IMDb, 네이버영화

어린이&가족 영화 장르지만,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의 입장에서도 무척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아버지를 잃은 소녀가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꿈속 세계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에요.

 

꿈속 세상을 테마로 한다는 점에서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물론 꿈을 주요 소재로 한다는 것 외에 내용의 유사성은 없습니다만. 

 

꿈의 세계가 무척 아름답고 화려하면서도 생생하게 구현되어 영상미가 뛰어납니다. 덕분에 보는 내내 시각적 호사를 누리는 기분이라 행복했어요. 특수효과가 허접했다면 정말 난감했을뻔한 영화인데 이렇게 훌륭하게 재현해 내서 감탄했습니다.

 

이하 영화 '슬럼버랜드(Slumberland, 2022)'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영화 정보

감독 : 프랜시스 로런

출연 : 제이슨 모모아, 말로 바클리, 크리스 오다우드, 카일 챈들러

공개 : 2022년 11월 18일

러닝타임 : 1시간 56분

장르 : 어린이&가족 영화, 미국 영화

감상 플랫폼 : 넷플릭스(Netflix)

IMDb 평점 : 6.7

나의 평가 : 최고예요👍

 

슬럼버랜드(Slumberland) 줄거리 - 소원을 이뤄주는 진주를 찾아서

출처-IMDb

영화 '슬럼버랜드'의 주인공은 11살 소녀 '니모'입니다. 

니모는 등대지기 아버지와 함께 단 둘이 섬에서 살고 있어요. 학교에는 다니지 않지만, 아버지가 워낙 자상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 심심할 일 없이 행복합니다. 그야말로 동화 같은 삶을 살던 어느 날, 아버지가 거친 태풍이 이는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비극이 일어납니다.

 

인간관계에 서투른 삼촌 '필립'과 니모

니모는 아직 어린아이입니다. 당연히 보살펴줄 보호자가 필요하죠.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제대로 추스를 새도 없이, 니모는 익숙한 등대를 떠나 아버지와 오랜 시간 관계가 단절되어 있던 삼촌에게 맡겨집니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처음부터 삐걱거려요. 니모는 낯선 삼촌에게 마음을 열 생각이 없고, 인간관계에 서투른 삼촌은 아이 다루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죠.

 

결국 필립은 제일 쉬운 길을 택합니다. 돈으로 때우기. 니모를 비싸고 훌륭한 명문 사립학교에 보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나 니모는 그저 아빠를 다시 만나고 싶을 뿐입니다.

 

꿈속 무법자 '플립'의 등장

출처-IMDb

차갑고 무기질적인 유리로 둘러싸인 삼촌의 집에서 니모는 꿈을 꿉니다. 과거에 살던 그리운 등대로 돌아가는 꿈을요.

 

그런데 그 공간에 침입자가 있어요. 무법자 캐릭터 '플립'이 니모의 꿈속에 등장합니다. 아버지는 과거에 플립과 자신이 꿈속 세상을 모험했던 이야기를 니모에게 들려주곤 했어요. 어디까지나 아버지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플립은 니모의 꿈속에서 무척 생생하고 현실적인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처럼.

 

플립은 지도를 찾고 있어요. 소원을 이뤄주는 진주가 숨겨진 장소를 가르쳐주는 보물지도죠. 니모는 그 지도를 찾아내어 플립과 거래를 시도합니다. 지도를 주는 대신 플립과 함께 보물 찾는 모험을 떠나게 해 달라고요. 니모의 소원은 이 끔찍한 현실을 벗어나, 사랑하는 아빠를 다시 보는 겁니다.

 

출처-IMDb

이렇게, 플립과 니모, 귀여운 인형 피그 일행은 소원을 이뤄주는 보물 진주를 찾는 모험을 떠납니다.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꿈속 세계 모험

출처-IMDb

잠재의식 활동 단속국의 추적을 피해 다니며 다른 사람들의 꿈속을 탐험하는 니모와 플립

니모와 플립은 소원을 이뤄주는 진주를 찾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꿈을 탐험합니다.

 

살사 댄스를 추는 화려한 꽃과 이파리의 군무, 고층 빌딩 사이를 미친 듯이 질주하는 귀여운 꼬마의 터프하기 짝이 없는 질주, 커다란 기러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시원시원한 꿈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현실에서 억눌린 욕망이 분출되는 색다른 꿈속 세계가 연이어 펼쳐집니다. 

 

개인적으로 이 파트가 제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어요. 일단 특수효과가 무척 자연스럽고 화려해서 눈이 무척 즐겁습니다. 또 현실의 제약을 벗어난 세상만의 골 때리는 즐거움이 있어요. 

 

물론 아무런 제약이 없는 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꿈을 들어가는 입구와 출구가 있고, 자신의 꿈에서 죽으면 잠에서 깨어날 뿐이지만, 재수 없게 다른 사람의 꿈속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다는 페널티가 있습니다. 니모와 플립은 그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의 꿈속을 헤매고 있는 겁니다.

 

한편으로 플립은 잠재의식 활동 단속국의 추적을 받는 지명수배자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꿈을 망쳐놓기 때문이죠. 꿈 경찰 그린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끈질기게 플립을 뒤쫓고 있습니다.

 

플립의 정체

플립은 현실 속의 자신과 단절된 지 오래입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해요. 그런데 니모는 플립과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익숙함을 느껴요. 

 

알고 보니, 플립은 바로 현실 속의 삼촌, 바로 필립이었어요. 그러나 현실의 필립은 꿈을 꾸지 않은지 오래고, 꿈 세상의 플립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잊었습니다. 때문에 필립은 꿈 없이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어요. 플립은 형에게 상처받은 현실을 외면하고 꿈속 세상을 피난처 삼아 사는 도망자입니다. 한마디로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깨어나길 거부한, 철없는 애어른인 거예요.

 

어린 시절 삼촌 필립과 니모의 아버지는 베스트 프렌드였어요. 그러나 인생은 변하게 마련이고, 니모의 아버지는 니모의 어머니와 사랑에 빠져 새로운 삶을 살게 되죠. 그 변화를 필립은 인정하지 못했던 거예요. 한마디로 어른이 되길 거부한 겁니다. 이 브라더 콤플렉스!

 

영화 '슬럼버랜드'의 주제 - 꿈은 인생의 이정표

영화 '슬럼버랜드'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사람들은 꿈을 현실에서 벗어나 도피할 수 있는 탈출구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오히려 꿈은 우리의 현실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이정표가 되어줍니다.

 

"등대는 왜 있는 걸까?"
"배를 안전하게 지키려고요."
"아니, 그런 게 아니야.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등대 열쇠를 주마, 약속할게."

 

이는 영화 초반 아버지가 니모에게 한 질문, "등대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니모는 "등대는 배를 지키는 일을 한다"라고 답하지만 아버지는 올바른 답이 아니라고 하죠. 그 답을 찾으면 니모에게 등대의 열쇠를 주겠노라 약속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니모는 악몽의 바다에서 진주를 찾아내고, 동시에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아내죠. 꿈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행복한 추억을 쌓으며, 마지막 이별을 하기 전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이제 알아냈니? 등대가 왜 있는지?"

"배를 지키는 게 아니에요."
"배를 지키고 싶으면 항구에 묶어 두는 게 최고겠지."

"등대는 항해의 길잡이예요."

"맞았어. 그래서 등대지기가 꿈에서나 그려 볼 모험의 여정을 우리가 떠날 수 있는 거란다. 너더러 섬에서 살라고 그것들을 가르친 게 아니야. 깨닫게 해 주고 싶었다. 네가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이자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대화이기도 하고, 또 니모에 대한 아버지의 깊은 사랑이 느껴져서 감동적이고 눈물 나더라고요. 이 장면의 연출과 연기와 음악, 모든 것이 개인적으로 가슴 깊이 새겨질 만큼 마음에 들었어요.

 

저는 이 영화에서 "등대"와 "꿈"이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와 니모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듯, 등대는 항해의 길잡이입니다. 바다에서의 항해는 우리의 인생 여정 그 자체입니다. 등대는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들의 이정표이자 길잡이고요.

 

한마디로 꿈은 우리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해요.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에요. 현실을 더 잘 살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인간에게는 "꿈"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꿈 단속국에서는 사람들의 여정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꿈을 설계하고 단속하는 것이죠. 우리의 현실과 꿈 사이의 발란스, 즉 균형을 조절하기 위해서요.

 

현실과 꿈의 균형이 깨진 삶의 예가 바로 필립-플립입니다. 현실을 거부하고 꿈속에서만 살고 싶어 한 덜 자란 어른, 필립-플립. 니모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깨달은 겁니다. 저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걸.ㅋㅋ

 

니모는 그동안 아버지가 죽은 현실을 거부하고 꿈속에서만 살고 싶어 했어요.

그러나 아버지의 말마따나, 배는 언젠가 항해를 떠나야 합니다. 니모는 아버지를 잃은 고통을 견디지 못해 등대에서의 삶을 그리워합니다. 그러나 그건 아버지가 원한 바도 아니고, 제대로 된 길도 아닙니다. 등대(꿈)는 삶의 지표이지, 그 자체가 목표일 수는 없는 거예요. 

 

니모는 필립-플립의 모습을 반면교사 삼아, 자기 삶의 주인이 됩니다. 아버지를 잃은 고통을 이겨내고 현실을 용감하게 헤쳐나가기로 결심한 거예요. 그리고 자신과 함께, 오랜 세월 꿈속을 헤매고 있던 삼촌 필립-플립도 구해냅니다.

 

결국 모험 끝에 진주를 손에 넣은 니모는 아버지를 다시 보고 싶다는 소원을 빌지 않아요. 진주를 자신과 삼촌을 위해 사용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니모의 성장을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니모를 통해 삼촌 필립도 자신의 꿈을 되찾고, 자신이 만든 감옥에서 해방됩니다. 

 

단순하고 명확하지만 묵직한 메시지

장르가 어린이&가족 영화 장르인 만큼, 이 영화의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확하지만 가볍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보며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이 요동치더라고요. 11살 니모만도 못한, 찌질한 필립을 보면서 한심한 기분을 느끼다가도 나 또한 필립 같은 면이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또 말로 바클리(Marlow Barkley)라는 좋은 배우를 새로 알게 된 영화이기도 하고요.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잃은 소녀의 절박한 상태를 섬세하게 잘 표현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저는 한 번 더 볼까 생각 중이에요. 그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 아름다운 풍광, 시각적 특수효과, 음악, 연출 모든 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