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상을 보다/영화

넷플릭스 | 추천 영화, 혼자가 아닌 함께 ⟪에놀라 홈즈2(Enola Holmes 2)⟫ 줄거리 및 감상 리뷰 (feat. 결말/스포일러 있음)

by 삶의파편 2022. 11. 9.

에놀라홈즈2영화포스터영화 에놀라홈즈2 포스터

11월 4일, 드디어 제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영화 '에놀라 홈즈 2(Enola Holmes 2)'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습니다. 2년 만의 새 시리즈인지라 너무나 반갑고 기대되더군요. 

 

지난 시리즈에 대한 리뷰는 다음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넷플릭스 | 16살 소녀 탐정 성장기, 영화 '에놀라 홈즈' 줄거리 결말 리뷰 (ft. 스포일러 있음)

 

이하 영화 '에놀라 홈즈 2(Enola Holmes 2)'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영화 정보

감독 : 해리 브레드비어

출연 : 밀리 바비 브라운, 헨리 카빌, 루이스 패트리지, 헬레나 본햄 카터, 데이빗 듈리스

공개 : 2022년 11월 4일

러닝타임 : 2시간 10분

장르 : 미스터리, 도서 원작 영화, 시대물, 미국 영화, 사회 이슈 드라마 장르 영화 

감상 플랫폼 : 넷플릭스(Netflix)

 

영화 에놀라 홈즈 공식 예고 트레일러 유튜브 바로가기 링크

탐정 에놀라의 첫 번째 사건 - 사라진 우리 언니를 찾아주세요!

지난 시리즈에서 튜크스베리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 낸 에놀라는 드디어 탐정으로서 첫 발을 내딛습니다.

첫 번째 사건을 완수한 직후인지라 자신감과 열정이 샘솟죠. 그러나 고작 16살 초보, 그것도 여성 탐정인 에놀라에게 닥친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누구도 에놀라를 진정한 탐정으로 대우해 주지 않아요. 사실 당연한 일입니다. 일단 표면상 튜크스베리 사건은 오빠 셜록이 해결했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그러니 제대로 된 경력이 없고, 고작 16살인 데다 그럴듯한 사회적 지위도 없는 에놀라를 어떻게 믿고 사건을 맡기겠어요. 에놀라의 사무실에 찾아온 의뢰인들은 모두 유명한 탐정 셜록만 찾아댑니다. 결국 에놀라는 폐업 위기에 처합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첫 번째 의뢰인이 나타납니다.

그녀의 이름은 베시. 성냥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 소녀입니다. 수임료를 낼 돈조차 부족해 보이지만, 에놀라는 자신을 믿고 찾아온 첫 번째 의뢰인인 데다 소녀의 사정이 딱해 보여 사건을 받아들입니다.

 

베시는 일주일 전 실종된 언니 '세라 채프먼'을 찾고 있습니다.

세라는 빨간 머리가 아름다운 상냥하고 똑똑한 여성으로, 베시와 함께 성냥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였죠. 에놀라는 세라의 실종을 조사하기 위해 성냥 공장에 잠입합니다. 그리고 세라가 공장의 사무실에서 어떤 서류를 훔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세라는 도대체 성냥 공장에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었던 걸까요?

 

한 단계 발전한 튜크스베리 자작과 에놀라의 귀여운 로맨스

한편 영화 '에놀라 홈즈' 시리즈에서 잘생기고 귀엽고 젠틀한 튜크스베리 자작을 빼놓을 수 없죠.ㅋㅋ 많은 분들이 그의 얼굴을 보길 고대하고 있었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거든요.

 

저번 시리즈를 보셨다면, 둘 사이에 친구나 동료 이상의 이성적 호감이 오가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자신의 집에 함께 머물자는 그의 말은, 저 시대 기준으로 청혼이나 다름없잖아요. 그러나 에놀라는 탐정이자 독립적인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의 호감을 거절합니다. 

 

그럼에도 에놀라는 튜크스베리를 향한 마음을 접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출근길에 있는 공원에 거의 매일같이 잠복(?)하여, 그의 모습을 지척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걸 보면 말이죠.ㅋㅋ 아 정말 귀여워.

 

그러나 에놀라는 튜크스베리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해요.

에놀라가 자신과 거리 두려는 걸 알아챈 튜크스베리도 다가오지 못하고요. 에놀라가 튜크스베리를 멀리하는 이유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지만, 저는 그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왜냐하면 처참하게 실패하고 있는 에놀라 자신과 달리, 그는 너무나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거든요.

튜크스베리는 정치 경력을 탄탄하게 쌓아가며 일등 신랑감 대우를 받는 등, 신문에 자주 오르내리는 유명인사입니다. 그런 그의 앞에 서자니, 에놀라는 자기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져서 견딜 수 없는 거예요. 자존심 상하고, 비참한 심정도 들고요. 그러니 공원에서 튜크스베리에게 그렇게 허세를 떨었던 거겠지만, 사실 허세란 부풀릴수록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 아니겠어요.

 

이런 에놀라에게 어머니는 귀한 충고를 건넵니다.

독립적인 것은 좋지만, 그게 '혼자(Alone)'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요. 에놀라는 자신의 이름 철자를 바꾸면 혼자(Alone)라는 뜻이라며, 그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죠. 그러나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듯, 이 세상 위대한 업적 중 혼자 이루어낸 것은 없어요.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 무언가를 성취해낸다는 건 환상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튜크스베리 또한 에놀라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었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삶이지만, 끊임없는 정치적 협상과 신념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의 반복으로 지치고 외로운 튜크스베리 자작입니다.

 

자신은 그렇게 강하거나 잘난 사람이 아니라고, 지치고 외롭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그의 용기 덕분에 에놀라와 그의 관계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의 약점을 솔직하게 내보이고 서로를 보듬고 돕는 두 사람의 모습이 따뜻하고 사랑스러웠어요.

 

물론 또 자존심 때문에 사랑싸움 오지게 하는 게 연애인 만큼, 다음 시리즈에선 그런 장면도 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도 있지만.ㅋㅋ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은 불씨 하나가 일으킨 큰불"

탐정 수사를 거듭할수록, 에놀라는 실종된 세라 채프먼이 캐고 있던 성냥 공장의 비리가 생각보다 심각한 일임을 깨닫게 됩니다.

티푸스에 걸려 죽은 줄 알았던 성냥 공장 노동자들은, 실은 싸구려 인을 사용한 성냥 공장 측의 무자비함 때문에 희생당한 것이었습니다. 총명한 세라 채프먼은 그 비리에 대한 증거를 찾고 있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믿을만한 동료와 함께.

 

그러나 비리의 배후는 만만찮은 조직이었기에, 많은 사람이 살해당하고 에놀라 역시 큰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심지어 살인 누명을 쓰고 옥살이까지 하게 되지요. 짧고 굵게 등장한 어머니 덕택에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지만, 에놀라 자기 혼자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에놀라는 어머니의 충고에 따라, 오빠 셜록과 튜크스베리 자작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마침 셜록이 조사하는 케이스 또한 에놀라 사건과 연결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세 사람과 세라 채프먼까지 모두 함께 협력하게 되지요.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지만 가까스로 승리했다고 생각한 순간, 가장 중요한 증거가 소실됨으로써 모두는 좌절하게 됩니다.

 

세라 채프먼은 성냥 공장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합니다.

애당초 자기 혼자 증거를 찾아, 힘 있는 자에게 의지하여 공장 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려 한 것부터가 문제였는지도 몰라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다른 자에게 위탁할 일이 아니라.

 

세라는 성냥 공장 노동자들을 설득하여 전체 파업을 이루어 내는 데 성공합니다.

이렇게 쉽게 해결될 거였으면, 그동안 했던 고생은 뭐였나 싶어 허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해피엔딩이랄까요.

 

에놀라 홈즈 시리즈를 보면서 늘 생각하는 건데, 탐정 수사 과정은 무척 공을 많이 들이고 재미있는 반면 해결은 국수 말아먹듯 후루룩 해치운다는 느낌이 강합니다.ㅋㅋ

 

그런데 놀라운 건 이게 실화를 첨가한 허구라는 겁니다.

세라 채프먼이라는 여성은 실존인물로, 그녀가 주도한 성냥 공장 노동자의 파업은 여성을 위해 여성이 행한 업계 최초의 사회 운동이라고 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노동 환경이 한층 개선되는 성과를 이뤄냈고요. 

 

이 문구가 영화 말미에 나오는데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저는 해피엔딩인 건 좋지만, 저런 행복한 결말이 실제 현실에서 일어날 리는 없다고 냉소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한 켠에 있었거든요. 이런 냉소야 말로 삶을 한치도 발전시키지 못하는, 작지만 위험한 장애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모리아티와 존 왓슨의 등장

이번 시리즈의 주범은 모두가 예상했듯, 셜록 평생의 숙적 '모리아티'입니다.

모리아티의 정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아요. 원작 모리아티와 크게 다른 설정이니까요.

 

저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원작과 이 작품을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저런 모리아티도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에놀라이고, 그렇다면 에놀라 세계관 속의 모리아티는 저런 사람일 수도 있겠다 하고요. 

 

영화 말미에 존 왓슨도 등장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모리아티와 존 왓슨의 등장에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에놀라는 오빠 셜록의 동업 제안을 거절한 바 있죠. 동업하게 되면 평생 오빠의 그림자에 불과할 것이라면서요. 오빠만큼 유명하고 유능한 탐정이 되는 게 에놀라의 꿈이니까요.

 

그러나 이번 시리즈를 통해 셜록과의 동업은 힘들지라도 공조는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만큼, 앞으로 셜록 세계관과 에놀라 세계관이 어떻게 섞이고 변주될지 궁금해집니다. 빨리 다음 시리즈가 나와주었으면 싶은데 설마 또 2년을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혼자가 아니라, 모두 함께

결국 이번 시리즈의 주제는 '혼자가 아니라, 모두 함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에놀라는 자신의 이름에 따라 '혼자(Alone)' 모든 일을 해결하고자 노력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알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 또한 용기의 일종임을 이번 사건을 통해 깨달았을 겁니다.

 

셜록 또한 그렇죠. 자신보다 한수 아래라고 얕보던 여동생의 조력이 없었더라면 모리아티를 찾아내기 힘들었을 거예요. 때문에 오빠도 함께 할 사람을 찾으라는 에놀라의 조언과 존 왓슨이 나타나는 마지막 장면이 의미심장하죠. 에놀라 시리즈의 셜록은 제법 유연하고 귀여운 구석이 있어요.ㅋㅋ 오빠로서는 자상한 사람이기도 하고.

 

튜크스베리 자작 또한 어린 나이에 무거운 역할을 이어받아 고전 중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아하지만 사실은 전력을 다하고 있고 지쳐 있는 거예요. 이런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함께 나눌 동반자가 필요했는데, 에놀라야말로 딱 적임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ㅋㅋ

 

세라 채프먼 또한 공장의 비리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힘이 되어준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을 동시에 잃고 맙니다. 그녀의 애인은 힘 있는 자가 우리를 도와줘야 한다며 우리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말하죠. 그러나 최후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킨 것은 힘 있는 자들이 아니었어요. 힘은 없지만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고 자그마한 불씨 같은 힘을 나눠준 공장 노동자들이었죠.

 

이런 일관된 메시지뿐만 아니라 영화 속 배경과 의상 또한 아름다워서 좋았어요. 1편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세련되고 예쁜 의상들, 화사한 무도회야말로 시대물을 보는 재미 아니겠어요. 

 

개인적으로 액션은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도 에놀라는 엄청 두들겨 맞고 구르고 싸우고 폭파하는 등, 고생고생 개고생을 하는 건 분명합니다. 항상 여자들이 우아떠는 시대물만 보다가, 천방지축 망아지처럼 이리저리 날뛰는 소녀를 보는 게 신선한 매력이기도 하고요.ㅋㅋ

 

그럼 빠른 시일 내에 다음 시리즈가 나오길 바라며, 에놀라 홈즈 2(Enola Holmes 2) 영화 리뷰를 마무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