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성(김지훈)과 도민석이 함께 범행을 저지르던 과거 이야기로 시작하는 14화입니다.
도민석은 백희성이 정미숙을 납치하는 과정에서 목격자에게 들키는 실수를 저지른 것을 비난합니다. 도민석은 그 실수를 수습하기 위해 백희성에게 직접 정미숙을 처리한 후 자수하라고 지시하죠. 변호사만 잘 쓰면 금방 나올 수 있다고 구슬리면서요.
그러자 백희성은 도현수에게 이 죄를 덮어씌우자고 제안합니다.
정말 놀랍게도 도민석은 이 말을 듣고 분노합니다. 아무리 사이코패스라도 자기 아들을 아끼는 마음은 있나 봐요. 하긴 과거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의 사례를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범죄자지만 자기 자식은 소중히 생각하는 케이스가 제법 있습니다.
다만 이건 일반적인 의미의 사랑이 아니라, 자식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본능적인 욕망이라는 의견이 많아요.
이하 드라마 14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드라마 '악의 꽃' 14화 줄거리와 개인적인 감상 리뷰
희성의 엄마, 그러니까 공미자는 최형사에게 도현수가 박순영(가사도우미)을 살해한 범인이라고 거짓말 합니다.
그래도 나름 도현수와 15년의 세월을 함께 했는데 너무한다 싶어요. 자기 핏줄이 더 소중한 그 심정 이해가긴 합니다만. 또 백희성이 너무 무서워서 거짓말하는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도현수와 차지원은 결혼한 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부부싸움을 하는 것 같네요.
자신의 공범으로 오해받으면 안되니까 지원에게 칼을 들이댄 거라는 현수와 어쨌거나 그의 위협이 서운하고 화가 나는 지원은 싸우기 시작합니다. 현수는 현수대로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지원이 야속하고요.ㅋㅋ
전 두 사람이 싸우는 게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원래 부부 사이란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싸우면서 맞춰나가는 거잖아요. 남남이 만나 처음부터 합이 잘 맞는 게 이상하죠.
결국 현수와 지원은 함께 도주합니다. 염상철이 데리고 있는 정미숙을 무사히 살려 구출하기 위해서요.
한편 경찰에서도 난리가 났습니다. 형사인 지원을 인질 삼아 도망친 남편, 그 남편이 심지어 18년 전 이장을 살해하고 수배 중인 도현수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니까요.
그래도 지원 팀 형사들은 지원의 잘못을 감싸주네요.ㅠㅠ 정말 다행이다 싶고 훈훈한 동료애인데, 현실에서 저렇게 환상적인 팀워크는 있을 수 없겠지 싶어 씁쓸하기도 하고.ㅋㅋ
함께 도주한 지원과 현수는 호텔에 들어가 부부싸움 2차전을 시작합니다.
나름 두 사람은 애틋하고 슬픈 장면인데, 보는 저는 너무 웃기더라고요. 지난 14년간 못한 부부싸움 몰아서 하는구나 싶고. 근데 그 부부싸움이 상대방을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금방 화해해요.
현수와 지원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염상철을 구슬려 정미숙을 구해내고 공범의 정체를 알아내려 합니다. 일단 도현수가 염상철에게 연락하여 협상을 시도해요. 확실히 지원이 경찰이라 그런지 이런 협상에는 전문가다운 식견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지원을 위해 또다시 그녀를 따돌리고 홀로 떠나는 도현수.
한편 염상철은 도현수와 백희성 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누구 편에 붙어야 자신에게 더 이득인지 따지고 있는 염상철에게, 정미숙이 말합니다. 자신은 백희성이 너무 싫고 두려우니, 그 노란 머리에게 자신을 보내지 말고 그냥 지금 죽여달라고. 왜냐하면 백희성은 자기와 같은 편이었던 도민석도 죽여버린 사람이니까요.
맞습니다. 사실 시청자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을 거예요. 도민석은 절대 자살할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그를 죽인 건 공범이었던 백희성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미숙 과거 회상 속 백희성은 지금과 다를바 없어요. 겉으로는 순한 양인 것처럼 굴다가 상대방이 뒤돌아서면 표정이 돌변하여 죽여버리는데, 그게 그렇게 무섭고 끔찍합니다. 도민석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손으로 키운 살인마의 손에 어이없게 죽었어요. 백희성을 너무 얕보고 있었던 거죠.
백희성이 도민석을 죽일 때 정미숙은 자신을 묶고 있던 테이프를 필사적으로 끊어내고 도망칩니다. 그렇게 겨우겨우 생존은 했지만 기억을 잃고 다시 정신병원에 오랜 시간 감금당했던 거고요.
백희성이 도현수를 차로 치고, 혼수상태가 되는 우발적인 사고가 없었더라면 정미숙은 그때 죽었을 거예요.
무진은 해수에게 현수를 멀리하라고 얘기하다 크게 한 방 먹습니다.
"넌 왜 항상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비겁해지는 거야?"
해수가 이 말 할 때, 진짜 속 시원하더라고요. 무진은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해수와 현수를 배신하는구나 싶었으니까.
차지원의 어머니는 사위가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결국 지원은 은하를 해수에게 맡깁니다. 해수는 은하의 옷가지를 챙겨 무진의 집으로 피신하려 하죠.
아니 그런데 너무 빡치는 게, 경찰서장 때문에 경찰의 수사 기밀 사항이 백만우(희성의 아버지)에게 술술 새어나가 버립니다. 당연히 백희성은 차지원이 무사히 돌아온 것, 도현수가 홀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백희성은 차지원이 굉장히 거슬립니다. 도현수의 부인인 데다 형사이기까지 하니, 백희성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래서 차지원을 노리고 그들의 집에 숨어들어요.
해수는 해수대로 방심하고 있었어요. 해수를 스토킹하던 사람이 공범이 아니라 기자라고 밝혀져서, 이제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을 거라고 안심하고 있었던 게 문제랄까.ㅠㅠ
결국 해수는 은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차지원인 척하며 백희성에게 희생당합니다.
백희성을 자극해서 은하를 더 위험하게 할까봐 저항도 도망도 하지 않아요.
사실 전 이 장면에서 빨리 방문 잠그고 경찰 부르면 안 되나 싶어 답답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해수의 판단이 맞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백희성 같은 놈이라면 저런 방문쯤이야 금방 부숴버리거나 손잡이를 망가뜨려 열어버리면 그만이잖아요. 한마디로 방문이 뚫리기 전에 경찰이 해수와 은하를 제때 구해낼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어요.
괜히 은하까지 도망갈 곳 없이 백희성에게 잡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해수가 나름 침착하게 은하만은 최대한 보호하려고 한 것 같아서 가슴 아팠습니다.ㅠㅠ 백희성도 은하가 자기 얼굴을 못 본 데다, 해수가 순순한 태도를 보이니 은하는 건드리지 않고 놔둔 것 같아요.
이래저래 해수의 희생에 정말 마음 아팠던 14화 마지막 장면입니다. 해수가 지원에게 언젠가는 은혜를 갚겠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이야.
그래도 해수가 죽지는 않을 거라고 믿어봅니다. 해수를 연기한 장희진 배우가 너무 처연하게 연기를 잘한 데다, 지금까지 고단하게 살아온 만큼 앞으로 무진과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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