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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전건우 공포소설 ⟪뒤틀린 집⟫ 북 리뷰 (feat. 스포일러 있음, 독서감상문)

by 삶의파편 2022. 11. 21.

전건우뒤틀린집책표지
이미지출처-교보문고

전건우 지음 | 안전가옥 출판 | 한국 공포 소설

 

워낙 후기가 좋아 읽게 된 한국 공포 소설입니다. 그러나 제 기대와 달리, 쫄깃한 공포와 서스펜스, 스릴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이하 소설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줄거리

엄마 명혜, 아빠 현민, 동우, 희우, 지우 세 아이로 구성된 다섯 가족은 부푼 꿈을 안고 시골로 이사옵니다.

지난 1년간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일을 당한 후 내쫓기듯 온 터라 달가운 이사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새로운 장소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있었죠.

 

그런데 명혜는 이 집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어둡고 춥고 불길한 느낌이 드는 집이었어요. 이전에 살던 사람들은 고급스러운 가구와 집기를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증발하듯 사라졌습니다. 남편은 이런 아내의 속도 모르고 해맑기만 합니다. 골치 아픈 집안일은 몽땅 아내의 몫이에요.

 

명혜의 예감대로, 새 집에서 자신은 물론이고 아이들도 귀신을 보고 발작을 일으키는 등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요.

게다가 '이은영'이라는 이웃은 이곳이 '뒤틀린 집'이라는 영문 모를 기분 나쁜 말을 합니다.

 

사실 현민도 이 집이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어요. 게다가 이전에 살던 가족에게 불행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가족 역시 명혜, 현민의 가족과 마찬가지로 세 아이와 부부로 구성된 다섯 가족이었죠. 그런데 막내가 실종되고 이후 다른 가족들도 한꺼번에 사라져 버린 겁니다. 감쪽같이.

 

이 집은 '오귀택', 바로 '뒤틀린 집'이었어요.

오귀택이란, 현관문과 방 등의 방위가 맞지 않아 뒤틀린 틈을 통해 온갖 귀신이 모여드는 집을 의미하는 풍수지리 용어입니다. 한마디로 귀신들이 모여 살기에 딱 좋은 집이란 뜻이니, 당연히 그곳에 사는 산 사람들에게 좋을 리 없습니다.

 

현민은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유명한 무당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 무당은 귀신의 힘을 이기지 못해 피를 토합니다. 결국 현민은 과거에 도움받은 적 있는 '김구주 법사'에게 구조 요청합니다. 법사는 자신이 도와주러 갈 테니 일단 빨리 그 집에서 도망치라고 조언하죠.

 

그 와중에 현민은 조사를 통해 과거 이 집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에 대해서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보험금을 노린 아동학대와 살인, 무서운 진실이 찍힌 핸드폰의 동영상. 

 

이제, 동우네 가족은 살아남기 위해 '오귀택'의 원혼을 물리쳐야 합니다. 김구주 법사의 도움을 받아서요. 과연 모든 가족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감상 리뷰

이미 위에서 언급했듯,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공포를 보여준 공포 소설이었습니다. 캐릭터나 플롯, 스토리 라인이 다소 단조롭고 식상하다고 느꼈거든요.

 

대개 공포영화 속 인물들이 그렇듯 이 소설 속 주인공들도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많이 합니다.

딱 보아도 위험하고 불길해 보이는데, 그 위험 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가는 거예요. 그나마 '피하고 싶지만 불가항력적이고 초자연적인 힘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라면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명혜와 현민 부부는 피할 수 있는데도 불구덩이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요. 창고에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에도 굳이 들어가는 것이나, 빨리 그 집에서 도망쳐 자기가 갈 때까지 호텔이나 모텔에 피해 있으라는 김구주 법사의 조언을 무시하는 현민의 태도에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심지어 '집에서 도망'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 사람이 트럭 운전사를 만나거나 병원에 가는 여유도 부려요. 이쯤 되면 독자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못해 어이없어 화가 납니다. 이봐! 그 사람들 만나기 전에 빨리 그 집에서 나와야 하지 않아?! 

 

그리고 집의 원귀들이 무섭지 않아요.

공포 소설인만큼 원혼들의 습격이 무서워야 하는데,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질 않습니다.

 

그나마 이야기 초반 이장이 습격당한 후 미쳐버리고, 트럭 운전기사가 목이 꺾여 죽고, 청명 보살이 피를 토할 때는 공포가 무르익는 기분이었는데, 마지막 절정에서 김이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렇게 강력한 원혼이 이리 쉽게 퇴치되다니, 맥이 빠진달까, 물리치는 과정이 시시했어요. 제가 그동안 너무 악독하고 지독한 귀신들을 봐온 걸까요, 오귀택의 귀신들은 여러모로 말랑말랑한 편이라고 느끼게 되네요.

 

모두를 구하는 건 멍청한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입니다.

어른들의 행동에 짜증이 나면서도 이 소설을 끝까지 꾹 참고 읽은 건, 순전히 동우-희우-지우 세 아이들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마지막까지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이쯤 되면 아이들의 활약을 위해 어른들을 일부러 멍청하게 설정한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여하튼,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똑똑하고 예민하고 예리하게 진실을 꿰뚫어 보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가족에게 닥친 위기를 돌파하는 것도 바로 이 아이들이에요.

 

마지막 장면은 오픈 엔딩에 가깝고,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전 처음에 이은영이 개과천선 한 것이라고 좋게 해석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이은영이 만족스럽다는 듯 환하게 웃은 건 "아이들은 어디 있니?"에 대한 답을 찾아서라고, 나쁜 쪽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이 부분은 확실히 섬뜩해서, 공포소설다운 마무리였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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