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윤성원 번역 | 알에이치코리아 출판 | 일본 소설 |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소설 '수상한 사람들'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여러 개의 일상 미스터리를 담은 단편 모음집
히가시노 게이고의 '수상한 사람들'은 1994년 발표된 7편의 단편 모음집입니다.
1. 자고 있던 여자
2. 판정 콜을 다시 한번!
3. 죽으면 일도 못 해
4. 달콤해야 하는데
5. 등대에서
6. 결혼 보고
7.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
단편인만큼 줄거리를 상세히 적으면 책을 읽는 재미가 크게 반감되니, 인상 깊었던 몇몇 에피소드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에서 제일 인상 깊고 충격적이었던 이야기는 '달콤해야 하는데'와 '등대에서'였습니다.
'달콤해야 하는데'는 자신의 딸을 죽인 여자와 결혼한 뒤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간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남편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독자는 그의 서술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충격적인 반전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는 신혼여행에서 자신의 딸을 위해 복수할 생각이죠. 과연 복수에 성공했을까요? 이 부부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등대에서'는 오래된 친구 사이의 미묘한 역학 관계를 탁월하고 섬뜩하게 그려낸 단편입니다.
주인공에게는 오래된 불알친구가 있어요. 절친한 관계일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아요. 주인공은 그 친구를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였거든요.
주인공은 항상 친구에게 의존해 왔고, 그건 그 친구가 고의적으로 조장한 결과였습니다. 요즘 용어로 가스라이팅이라고 하죠? 그 친구가 주인공을 유년 시절부터 가스라이팅 해 왔고, 자신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 겁니다.
주인공도 그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 친구로부터 독립할 결심을 하고 여행을 떠나죠. 당연히 그 친구는 주인공이 자신의 지배를 벗어나는 걸 원치 않아요. 끈덕지게 주인공의 여행에 따라붙습니다. 결국 주인공은 이 지독한 관계를 바꾸기 위해 친구를 함정에 빠뜨립니다. '등대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제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두 단편의 줄거리를 간단히 얘기해 보았습니다. 짧지만 그만큼 임팩트가 강한 이야기였어요. 희생적인 사랑에 달콤 쌉싸름한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좋다, 싫다'로만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인간관계의 이면을 설득력 있으면서도 섬뜩하게 그려낸 히가시노 게이고의 솜씨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위의 두 단편뿐만 아니라 다른 이야기들도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남기는 여운과 생각할 거리가 있더라고요. 짧은 호흡으로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만큼 가볍게 읽기 좋고,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 밀도 있는 글이었다고 평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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