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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16살 소녀 탐정 성장기, 영화 '에놀라홈즈' 줄거리 결말 리뷰 (ft. 스포일러 있음)

by 삶의파편 2022. 10. 20.

에놀라홈즈-포스터
이미지출처-네이버영화

영화 '에놀라 홈즈(Enola Holmes)'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22년 11월 4일 넷플릭스에 영화 '에놀라 홈즈 2'가 공개된다고 하기에, 시리즈 1편에 대한 기억을 되살릴 겸 다시 보았습니다. 분명 20년 공개되었을 때 재미있게 본 기억은 있는데 디테일한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영화 정보

감독 : 해리 브래드비어

출연 : 밀리 바비 브라운, 헨리 카빌, 샘 클래플린, 헬레나 본햄 카터, 루이 파트리지

러닝타임 : 1시간 56분

장르 : 범죄, 미스터리, 드라마

감상 플랫폼 : 넷플릭스(Netflix)

 

셜록 홈즈 여동생 에놀라 홈즈 성장기

이 영화는 낸시 스프링어의 소설 "에놀라 홈즈 미스터리"를 영상화한 것입니다. 셜록에게 여동생이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것 같네요.

 

우리에게 친숙하고 유명한 존재는 명탐정 셜록 홈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 여동생 에놀라 홈즈이며, 그녀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 추리, 미스터리, 액션, 모험, 로맨스적인 요소가 다 조금씩 버무려져 있어서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블록버스터는 아니고 아기자기한 시대극 느낌이에요.

 

사라진 엄마를 찾아서

에놀라가 16살을 맞이한 생일, 평생을 함께 해 온 친구 같던 엄마가 사라집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갑자기. 결국 에놀라는 자신의 두 오빠, 마이크로프트와 셜록 홈즈를 집으로 호출합니다. 어린 시절 이후 만난 적이 없어 낯설고 거북하지만, 그래도 유능한 오빠들이 사라진 엄마를 찾아주리라는 믿음으로.

 

그런데 에놀라의 기대와는 달리, 큰 오빠는 엄마가 자신의 돈을 흥청망청 엉뚱한 곳에 쓰고 에놀라 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않았다며 화내기 바쁘고 둘째 오빠는... 셜록이잖아요. 괴짜 소시오패스. 그런 사람에게 뭘 기대하겠어요.ㅋㅋ 에놀라는 마이크로프트의 주도 하에 강제로 기숙학교에 끌려갈 위기에 처하지만, 곧 엄마가 자신에게 생일선물로 남긴 단서를 바탕으로 뛰어난 추리력을 발휘합니다.

 

에놀라의 엄마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어서, 자신의 딸에게 그 시대 여성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하나도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대신 책, 과학, 체력 단련, 천문, 기타 등등 남자들만 받을 수 있었던 양질의 교육을 홈스쿨링 방식으로 직접 가르쳤죠. 과연 셜록 엄마답구나, 집안 내력인가 보다 싶은 설정입니다. 뛰어난 지적 능력(특히 추리력), 그 시대 일반인의 기준을 벗어나는 괴짜 같은 면모, 거침없는 추진력과 행동력까지. 그리고 이 모든 걸 고스란히 에놀라가 물려받았죠.

 

에놀라는 오빠들에게서 도망쳐 엄마를 찾기 위한 모험을 떠납니다. 씩씩하고 용감하게!

 

찰떡궁합인 배우와 캐릭터

이 영화의 주인공 '에놀라' 역의 '밀리 바비 브라운'은 이미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로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죠. 당차고 똑 부러지는, 추리력 뛰어난 에놀라 역할에도 정말 잘 어울려요. 원래부터 호감인 배우인데 이 영화를 보고 더 좋아졌습니다.

 

에놀라의 오빠 셜록이 기존 영상물에서의 이미지(괴팍하고 지만 아는 이기적 소시오패스)와 달리, 동생에 한해서는 인간미 있는 자상한 오빠로 나옵니다. 전 BBC 드라마 '셜록'의 괴짜에 익숙한 사람이라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런 느낌의 셜록도 나름 신선하고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정말 훈훈하게 잘 생겼고.ㅋㅋ

 

에놀라와 콤비를 이루는 어린 후작 역할을 맡은 '루이 파트리지'라는 배우도 저에게는 새로운 발견입니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그 잘생긴 외모로 저를 흐뭇하게 만들더니, 나중에 가서는 말괄량이 에놀라와 너무 합이 잘 맞아서 귀엽지 뭡니까.ㅋㅋ 시리즈 1편에만 나오기엔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스럽게도 2편에도 나오는 것 같네요.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이야기

영화 초반에는 가출한 엄마 찾기가 영화 내용의 전부일 줄 알았지만, 뒤로 갈수록 스케일이 커집니다. 에놀라는 엄마를 찾고, 목숨을 위협받는 젊은 후작을 지키고, 오빠들의 손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죠. 이 때문에 변장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잠입하고, 추리하고, 육탄전까지 벌이느라 정신없습니다.

 

가출한 엄마 추적과 암살당할 위기의 젊은 후작 보호, 오빠들의 간섭에서 벗어나기라는 세 가지의 목표는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하나로 연결됩니다.

 

에놀라 어머니의 가르침에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넌 선택의 갈림길에 섰어, 에놀라. 네가 정하는 길. 아니면 타인이 네게 정해주는 길이지."

"우리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려 있어(Our future is up to us)"

 

에놀라 어머니가 가출한 이유는 여성 참정권 운동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것도 굉장히 과격한 방식으로. 자신과 함께 했다가 에놀라마저 위험해질까 걱정되어 말없이 사라졌던 거지요.

 

한편 젊은 후작이 암살당할 위기에 처한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선거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놓고 신/구 세력의 갈등은 절정으로 치달은 상태였고, 진보적 성향의 후작이 선거법 개정안에 찬성할까 두려웠던 반대파가 암살하려 했던 겁니다.

 

더 많은 이에게 참정권을 제공한다는 것, 즉 정치적 힘을 나누어준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던 권력을 다수에게 분배한다는 점에서 에놀라 어머니와 후작의 이야기는 무관하지 않아요. 또 에놀라가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도 결국에는 이와 연결되는 부분이고요. 때문에 어머니는 자신의 딸 에놀라에게, 보다 살기 좋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어 위험한 일에 뛰어든 것이라고 말한 거겠죠.

 

그저 가벼운 추리·오락물이라고 생각하고 보다가, 실제 역사/정치적 내용과 연결되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좀 놀랐어요. 그렇다고 정치물은 아니고요(그걸 기대했다간 실망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개인의 삶이 세상의 큰 흐름 및 정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삶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본인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 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시리즈 1 편인만큼, 에놀라가 앞으로 탐정 활동을 하기 위한 밑밥을 까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시리즈부터 에놀라가 본격적으로 탐정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죠? 오빠 못지않은 명탐정이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어요. 그리고 에놀라와 후작 정말 잘 어울리니까, 연애도 하고, 콤비로 활약도 하고, 그러다 결실 맺으면 더 좋고, 뭐 그런 생각이 듭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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