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펜(글라스펜, Glass Pen)의 장/단점 후기 (ft. 유리 딥펜 7자루 지름)

투명한 유리 글라스펜

만년필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글라스 펜, 일명 유리펜(유리 딥펜)에도 한 번쯤 눈이 갔을 겁니다. 저 또한 그랬어요. 일단 투명한 외관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아름답잖아요. 도대체 어떻게 저 유리 막대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건지 호기심도 생기고요.

 

그래서 쿠팡에서 대충 검색하여 가격대가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구매해 보았습니다. '유리 글라스 펜'이라고 검색해 보시면, 잉크 세트 구성 제품은 다소 가격대가 높지만 유리펜 단품으로는 1만 원 이하의 가격에 살 수 있어요.

 

투명한 유리 펜촉

잉크를 머금고 있는 유리펜

유리펜의 펜촉은 이렇게 나선형의 홈이 파인 형태입니다. 저 나선 홈에 잉크를 머금은 다음, 나선을 통해 잉크가 내려오면 뾰족한 펜촉 부분으로 글자를 쓰는 거죠. 필감은 딱딱하고 느낌이 차갑습니다. 금속의 사각거림과는 또 느낌이 달라요. 

 

유리펜의 장점

1. 세척이 편리하다.

만년필을 세척해 보신 분들은 알 거예요. 정말 귀찮고 시간 걸리는 작업이죠.

 

반면 유리펜은 물에 살짝 담갔다 천에 슥 닦기만 해도 되니 무척 편리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색상의 잉크를 동시에 시필할 때(ex. 잉크 색상 차트 만들기) 주로 유리펜을 사용합니다. 

 

2. 아름답다

보다시피 유리 특유의 투명한 느낌과 꽈배기처럼 꼬인 디자인이 아름다워요. 

 

3. 펄 잉크를 쓸 수 있다

펄 잉크가 정말 예쁘긴 한데, 일반 만년필에 쓰면 펄이 만년필 피드나 펜촉을 막아서 망가지기 쉬워요. 게다가 커다란 펄이 펜촉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글씨를 써봤자 펄이 보이지도 않더라고요. 

 

이런 이유로 펄 잉크는 딥펜이나 유리펜에 사용하라고 권장하곤 하죠. 그런데 전 도무지 딥펜에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딥펜을 능숙하게 쓰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보다 사용이 쉬운 유리펜으로 펄 잉크를 쓰곤 해요. 커다란 펄의 반짝거림이 잘 보여서 좋아요.

 

유리펜의 단점

1. 딱딱하고 차가운 필감

유리펜 특유의 필감이 있어요. 이게 금속의 사각거림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애플 펜슬을 종이 질감 강화 유리에 문지르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호불호가 갈릴 듯한 필감입니다.

 

2. 펜촉이 닳는다(소모품)

유리 펜촉, 생각보다 정말 잘 닳아요. 저도 이번에 유리 펜을 써보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입니다.

 

펄 잉크는 유리펜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서 유리펜으로 일기를 많이 썼더니 펜촉이 금방 뭉툭해졌어요. 뭉툭해진 펜촉을 통해 잉크가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아래 사진에서 보다시피 글씨가 굵게 써지고 종이에서 번지기 일쑤입니다. 

뭉툭해진 유리펜으로 쓴 글씨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사포로 유리 펜촉을 갈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뭉툭해진 펜촉 끝이 다시 뾰족해지긴 합니다만, 잉크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겨요.

 

펜촉의 나선이 펜촉 끝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그 길을 통해 잉크가 내려오는데, 사포로 갈아버리니 나선의 길이 끊겨버린 거예요. 결국 뭉툭해진 유리 펜은 소모품이란 걸 인정하고 버렸습니다. 

 

예쁜 유리펜 7자루

그리고 새로운 유리 펜 7자루를 질렀습니다. 중국산 유리 펜은 한 자루에 4,500~5,000원 정도의 가격이라 부담스럽지 않아요. 무엇보다 잉크 시필용으로 유리 펜을 대체할만한 게 없어서요.

 

이번에는 쿠팡이 아니라 보물보따리 스마트 스토어에서 구입했어요. 유리 펜 단품이 아니라 잉크와 펜 받침대 세트 구성에 저 가격이라니 놀랍습니다. 

 

7자루의 유리 펜들을 보세요. 너무 영롱하고 아름답지 않나요? 저걸로 펄 잉크도 쓰고, 새 잉크들 차트 만들 생각에 신이 납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