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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보다/드라마

새로 시작한 드라마 '슈룹(The Queen's Umbrella)' 1화, 2화 줄거리 및 감상 리뷰 (ft. 스포일러 있음)

by 삶의파편 2022. 10. 17.

The Queen's Umbrella Poster
이미지출처-공식홈페이지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tvN 예고를 보고 조선 가상 시대를 배경으로 한 김혜수가 나오는 코미디 드라마인가 보다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어디까지나 김혜수에 대한 호감과 신뢰에만 기댄 선택이랄까요.

 

슈룹이라는 말이 생소해서 설마 사극인데 외국어를 쓴 건가 했는데, '우산'을 뜻하는 옛말이라고 합니다. 왜 제목이 우산인가 했는데, 저 포스터를 보니 납득이 가더라고요. 아마 주인공 화령(중전)이 자기 아이들을 세찬 비로부터 지켜주는 우산 같은 존재라는 의미가 함축된 것 같습니다.

 

저는 본방을 달린 건 아니고 넷플릭스에서 1-2화를 정주행 했습니다. 보고 난 소감은 꽤 볼만하다는 것. 2화 마지막이 나름 충격적이고 임팩트 있어서, 다음 화 내용이 정말 궁금하네요.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퓨전사극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고 말랑한 드라마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의외로 내명부의 수싸움과 그 무게감이 상당합니다. 특히 대비마마(김해숙) 등장할 때마다 어찌나 무서운지 몰라요.ㅋㅋ 화령(중전, 김혜수)도 만만찮게 카리스마 있어 보이고, 웬만해서는 기죽지 않는 드센 성격인데 대비마마 앞에서는 조무래기 같아 보일 정도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간단하게 1-2화 줄거리 및 등장인물 소개, 감상 리뷰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이니 참고해 주세요.

 

화령(중전, 김혜수)에게는 다섯 아들이 있습니다.

 

장남은 문(文)이 뛰어난 모범 왕세자로 엄마가 걱정할 것 없이 알아서 자기 일 척척 잘하는 효자입니다. 세자 덕분에 화령이 기를 펴고 살 수 있어요.

 

둘째 성남 대군은 첫째와 정반대 기질로, 성격도 비딱하고 공부에도 불성실해서 화령의 골칫거리입니다. 대신 무예에는 뛰어나 보입니다.

 

셋째 무안대군은 뇌가 청순한 타입이에요. 애가 생각 없이 해맑고 착하긴 한데, 어린 녀석이 벌써부터 여자를 무척 밝힙니다.

 

넷째 계성 대군은 무난 무난하게 얌전하고 순한 성격에 학문도 게을리하지 않아 세자 다음으로 화령이 믿는 아들이에요. 그런데 2화 마지막에 폭탄을 터뜨리더군요.

 

막내 일영 대군은 호기심 많고 발명에 소질 있는 귀염둥이예요. 어찌 보면 제일 현대적 기준의 창의적 인재 같은 아이입니다.

 

사실 보면서 적통 + 서자까지, 하도 왕자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정말 헷갈리더라고요. 2화까지 다 보고 나서야 각 캐릭터만의 개성이 보여서, 서로 구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직 명칭은 못 외우고 그냥 첫째, 둘째 이렇게 순서로 기억하고 있습니다.ㅋㅋ

 

화령은 중전이라는 내명부 수장이라는 위치에 다섯 아들까지 있지만 한미한 가문 출신이라 궁궐에서의 입지가 단단하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왕의 어머니인 대비와 사이가 좋지 않아요. 첫째 왕세자 빼고 나머지 아이들이 불량 학생이라는 점 때문에 미운털이 박혔거든요. 그래서 사고 치는 자식들 뒤치다꺼리하느라 드라마 시작부터 엄청 바쁘게 뛰어다녀요.

 

게다가 대비는 후궁 출신입니다. 자신의 아들이 왕이 되면서 대비가 된 케이스인데, 자신이 남다른 교육법으로 아들을 왕의 자리에 앉혔다는 긍지와 자부심이 어마어마합니다. 동시에 자기가 중전이 되어본 적 없다는 게 콤플렉스로 작용해서, 중전인 화령을 더 미워하는 것으로 보이네요.

 

2화까지 본 바로는 대비가 왕을 인간적으로 사랑하는 것 같지 않아요. 그냥 내가 만들어낸 훌륭한 작품이니 흠집 나면 안 되니까 고이고이 아끼는 수준이랄까요.

 

왕은 성군으로 칭송받는다지만, 솔직히 믿음직한 남편은 아닙니다. 온갖 곳에 있는 궁녀란 궁녀는 다 건드리고 다녀요. 중궁전 궁녀, 후궁의 궁녀, 어머니 모시는 궁녀 아무튼 백성을 널리 보살피는 만큼, 여자도 고루고루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 짜증 나네.

 

2화까지는 부드럽고 지적인 성격으로 나오는데, 저는 어째 왕도 대비 못지않게 무서운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신용이 가질 않습니다. 적어도 화령이 믿고 기댈만한, 방패가 되어 줄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외에 수많은 후궁과 그들이 낳은 아들들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중전인 화령에게 복종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혹시나'하는 기대를 품고 열심히 자식 교육에 매진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 화령에게 큰 위기가 닥칩니다.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울 첫째 세자가 혈허궐(피가 부족해 쓰러지는 병)로 몸져누운 겁니다. 현왕의 경쟁자였던 태인 세자 역시 이 병으로 죽음을 맞이했기에 가족력인가 싶었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대비가 이 일에 연관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화령은 태인 세자의 어머니이자, 현재 폐서인 되어 살아가고 있는 윤 씨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합니다. 과거 폐비 윤 씨와 현 대비가 대치했던 상황이, 현재 화령이 처한 상황과 굉장히 흡사하거든요. 이것은 화령 또한 적통의 아들 다섯을 두고 있지만 모두 제거 당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폐비 윤 씨의 조언을 따라 화령은 첫째에만 올인할 게 아니라 제멋대로 살고 있는 나머지 네 명의 아들들도 제대로 교육시키기로 마음먹습니다. 왜냐하면 혹시라도 첫째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그 뒤를 이을 만한 자질을 갖춰야 하니까요. 그러지 못한다면 제왕이 될만한 능력이 훌륭한 다른 후궁의 아들에게 세자 자리를 빼앗길 것이고, 그건 곧 모두의 죽음으로 이어질 겁니다. 후궁의 아들 입장에서 적통 대군들을 살려두면 위험하니까요. 폐비 윤 씨의 아이들이 그런 이유로 폐서인 되고도 목숨을 잃고 말았죠.

 

그런데 아이들이 도통 엄마 말을 듣질 않아요. 하긴 그동안 너희들은 제왕이 될 일 없으니 하고 싶은 대로 적당히 살라고 풀어놨다가 갑자기 공부하라고 하면 말을 듣나요. 그래서 화령이 엄청 애를 먹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네 명의 아들이 모두 착합니다. 그래서 화령의 지휘에 어느 정도 호응해 주네요.

 

그 과정이 상당히 코믹하고 재미있어요. 웃을 수 있는 코미디와 무게감 있고 긴장감 있는 장면의 완급 조절이 잘 되어 있는 편이라, 막힘 없이 2화까지 달렸어요. 개인적으로는 지루하지 않은 연출이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다만 못마땅한 부분도 있습니다.

 

전 이 네 명의 대군이 대비 말마따나 '성군의 옥에 티' 소리를 들을 정도로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드라마를 보면서 도저히 공감할 수 없더라고요. 저 정도로 욕을 먹자면 적어도 범죄자 급은 되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요.

 

화령의 아이들은 학문에는 좀 게으르긴 하지만, 저마다 장점이 될만한 소질도 있어 보이고 선량한 성격이에요. 아무리 문을 중시하는 조선시대라고는 해도 겨우 저 정도로 적통 대군들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아무리 화령이 한미한 가문 출신이라 힘이 없다지만, 그래도 중전이고 적통 아들 다섯을 낳으면 없던 권력도 생기게 마련 아닌가요.

 

대비가 손자들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거침없이 내칠 생각을 하는 것도 이상합니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조선시대 특성상, 적통 핏줄이라는 것 자체가 무시무시한 혈통 버프예요. 게다가 요즘처럼 평균 수명이 높은 시절이 아니라 요절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손이 귀해서, 자손 하나하나를 중히 여길 텐데 저렇게 헌신짝처럼 버릴 생각부터 한다고? 그것도 다섯 아이들을? 쟤네 하나하나가 다 왕실 보험인데?

 

솔직히 전 이런 드라마 설정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진 않아서 다소 거슬렸습니다.

 

이 모든 걸 납득할 수 있게 하는 건 대비의 야망입니다. 굉장히 욕심 많고 기준점이 높은 인물이라서 자기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성격이거든요. 자기 마음대로 사람들을 주무르는 걸 좋아하고요. 그러니 사사건건 자기와 부딪치는 화령이 곱게 보일 리 없고, 자연스레 그 자식들도 미운 겁니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를 김해숙 배우님이 소름 끼치게 잘 연기하세요.

 

화령은 화령대로, 아이들 지키려고 숨죽이고 사는 편이긴 하지만 똑 부러지는 성격에다 능력치도 좋아요. 선왕이 외척 견제의 목적으로 화령을 중전 자리에 앉혔다고 하지만, 사실 화령의 능력치도 장난 아닙니다. 다른 후궁들이 족집게 과외 선생 붙여 1 대 1 교육시킬 때, 화령은 자신이 직접 자식들을 위한 족집게 교재 만드는 사람이에요.ㅋㅋ 이런 장면들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 드라마에서 제일 매력 있는 인물은 중전과 대비라서, 전 대비와 중전이 등장하는 장면에 제일 몰입하게 되네요. 그리고 화령의 자식들도 슬슬 정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몇몇 부자연스러운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화령이 자식들 지켜내기 미션에 성공하는 걸 보고 싶어서 드라마 슈룹을 계속 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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