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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히가시노 게이고 '연애의 행방' 북 리뷰 (ft. 스포일러 있음)

by 삶의파편 2022. 11. 4.

히가시노게이고-연애의행방-책표지
이미지출처-교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출판 | 일본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의 행방'은 2016년 발표된 작품입니다. 전 당연히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장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의 연애소설이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읽으며 '나는 솔로'나 '짝'같은 예능 보는 재미를 느낄 줄이야.ㅋㅋ

 

이하 소설 '연애의 행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눈부신 눈으로 덮인 스키장에서 벌어지는 다이나믹 연애 스토리

 

이 소설의 주인공은 수많은 남녀 커플들입니다.

다양한 성격, 직업, 가치관을 가진 남녀가 스키장을 배경으로 사랑의 결실을 맺는 이야기예요.

 

전 사전 정보 없이 이 소설을 읽어서, 사랑 얘기가 나오는 거 보니 치정살인이다, 언제 누가 죽을까 기다렸거든요. 당연히 죽어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걸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ㅋㅋ

 

그래도 미스터리 요소는 있어요. 당연히 사랑의 작대기가 이쪽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쪽이었다든가, A 커플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는데 B 커플이 주인공이었다든가 하는 소소한 반전이 있습니다. 그 재미와 커플 향방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몇 시간 만에 책 한 권을 뚝딱 읽었어요. 

 

결과적으로 고타와 미즈키네 커플은 성사되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습니다.

여자들이 똥차 수거반이 되었다는 한숨만 나올 뿐. 그렇지만 그들의 선택도 나름 이해가 가긴 해요. 똥차라고 해도 내 똥차니까 소중하고,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건 분명하니까요.

 

저런 바람둥이는 결혼하고 나서도 상습범이라고 아무리 말한들, 사랑에 빠진 사람 마음에는 와닿지 않잖아요. 그리고 그 여자도 사실 알고 있어요. 그 남자를 신용할 수 없다는 걸. 그럼에도 사랑하니까 저런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고, 그 부분이 굉장히 현실적이다 싶었습니다. 

 

저렇게 문제적 커플만 있는 건 아니고 정상적이고 평탄하게,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가족 이야기도 나옵니다.

 

사실 제가 제일 몰입하고 애정을 가진 건 히다 - 모모미 커플이었어요.

착하고 성실하지만 여자들에게 인기 없는 히다. 그런 그가 불쌍하면서도 인기 없는 게 너무 납득이 가서 웃기고 슬펐습니다.ㅋㅋ 눈치와 센스가 안드로메다 급이고, 패션 감각도 구리고, 말발도 없고, 엉뚱한 배려심을 발휘해서 오히려 여자 입장에서는 비매너라고 느끼게 되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모모미와 엄청 삐걱거려요. 잘될 가능성 제로다 싶을 정도로. 그런데 후반에 나름의 반전이 있더라고요. 히다는 자기가 리드하기보다 여자에게 리드당하는 게 편하고, 심지어 여자의 취향대로 개조까지 가능한 긁지 않은 복권 같은 남자였던 겁니다.

 

모모미는 자기가 리드하는 걸 좋아하고 취향이 확실한 타입이고요. 한마디로 이 둘의 합이 딱 맞아요. 천생연분이랄까. 그래서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이 소설에 나온 커플들 중 제일 신선하고, 귀여웠어요. 솔직히 다른 커플들은 남자가 하나같이 비호감이거든요.(아, 쓰키무라 제외)

 

드디어 착한 히다에게 봄날이 찾아오는가, 모모미도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까, 기대하는 순간 둘의 관계에 초를 치는 인물이 나타납니다. 정말이지 고타새끼, 넌 첫 등장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히가시노 게이고는 히다와 모모미 커플의 결말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픈 엔딩이에요.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다는 것 같은데, 저는 히다와 모모미가 잘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될 인연은 되게 마련이에요. 이대로 놓치기엔 너무 아까운 인연이니 두 사람이 용기를 내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소설 전반에 걸쳐 스키와 스노보드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애정이 물씬 느껴집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이 동계스포츠 마니아인 데다, 스노보드 전문지 'SnowBoarder'의 의뢰로 연재한 글이라 그럴 거예요.

 

한마디로 동계스포츠 진흥 목적으로 쓴 글인데, 그 목적은 제대로 달성했다고 봅니다. 저는 동계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도 이 글을 보고 스키나 스노보드 한번 배워보고 싶더라고요.ㅋㅋ

 

전반적으로 가볍고 무난하게 술술 읽히는 킬링타임용 소설입니다. 추리소설 마니아 입장에서는 다소 간이 밍밍한 이야기이긴 했습니다. 제가 그동안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중 중간 정도의 재미라고 평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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