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을 읽다

히가시노 게이고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책 리뷰 (스포일러 있음)

by 삶의파편 2022. 10. 15.

그녀는-다-계획이-있다-책표지
이미지출처-교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양윤옥 번역 | 하빌리스 출판 | 일본 소설 | 미스터리/스릴러 장르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1988년 발표한 장편 소설로, 우리나라에는 2021년이 되어서야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돈 많은 남자를 잡아 신분 상승을 하려는 여성 교코와 까칠하고 솔직한 형사 시바타가 주인공입니다. 교코의 직장 동료 에리의 죽음에 의심을 품은 두 사람이 티격태격, 알콩달콩(?) 서로 도와가며 살인범을 잡는다는, 전반적으로 유쾌한 분위기의 추리소설입니다.

 

 

줄거리

주인공 교코는 부에 대한 욕망과 출세욕이 대단한 여성입니다. 본인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돈 많고 잘생긴 남자를 잡아 한 단계 신분 상승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밤비 뱅큇이라는 회사에 소속되어 컴패니언 일을 하고 있는데, 컴패니언이란 행사나 전시회, 파티 등에서 손님을 안내하고 접대하는 직원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행사 안내 직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그녀가 일하는 하나야 보석점 파티 행사에는 항상 돈 많은 독신남들도 여럿 참석하기에, 교코는 이 기회를 활용하여 잘난 남자를 낚아챌 요량입니다. 그런데 이날 직장 동료 에리가 사귀는 남자의 이별 통보에 상심하여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것도 본인이 일했던 호텔에서. 

 

미심쩍은 동료의 죽음과 밀실 살인

다른 사람들은 에리의 자살을 대수롭잖게 생각하지만 교코와 형사 시바타는 다릅니다. 에리가 사귀었다는 남자는 회사 '밤비 뱅큇'의 사장이었는데, 둘이 연인 사이였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에리의 시신을 발견한 회사 사장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었죠. 

 

그래서 교코와 시바타는 에리 죽음의 이면에 다른 사연이 숨어 있음을 직감합니다. 제일 수상한 용의자는 사장인데, 문제는 에리가 살해당한 호텔 방문이 잠겨 있는 밀실 살인이라는 겁니다. 그 트릭을 풀지 않으면, 의심만으로 용의자를 정식 수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교코와 시바타의 공조

절묘한 우연으로, 교코의 옆집에 형사 시바타가 이사옵니다. 둘의 첫인상은 안 좋았지만, 옆집에 살게 된 계기로 서로 돕다 보니 친구 같은 친밀한 사이가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에리의 죽음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나 수사 상황도 공유하고, 결국 에리의 고향에 찾아가 조사하는 등 공동 수사를 하게 됩니다.

 

과거 살인사건과 현재 살인의 연관성

교코와 시바타는 에리의 고향집에서 과거 에리가 사귀었던 남자가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남자는 살인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살을 택했죠. 그리고 에리는 그런 연인의 죽음과 과거의 살인 사건에 의혹을 가지고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도쿄로 상경했던 겁니다.

 

교코와 시바타는 직감적으로 과거의 살인과 현재 에리의 죽음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챕니다. 그리고 과거의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용의자를 여럿 추려냅니다.

 

절묘하게도 용의자는 현재 교코의 주변에 여럿 포진해 있습니다. 이제 독자는 교코와 시바타가 조사한 단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함께 추리해 봐야 합니다.

 

- 용의자들 중 진짜 살인범은 누구인가?

- 과거 살인사건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가?

- 에리를 살해한 밀실 트릭은 무엇인가?

 

개인적인 감상/느낀 점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의 재미는 그동안 제가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 중간 정도였습니다.

 

전반적으로 가볍고 유쾌하며 귀여운 분위기가 장점인 글입니다. 그대신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종류의 흡입력이 있지는 않아요. 사실 살인사건보다 교코와 시바타의 티키타카와 둘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가 더 궁금하고 흥미진진합니다.

 

교코는 돈을 굉장히 좋아하는 속물이면서도 동료의 죽음을 파헤치려는 정의로운 면도 있어,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복합적인 매력이 있는 캐릭터예요. 이상하게 전 교코가 그렇게나 귀엽더라고요.ㅋㅋ 시바타도 냉소적이고 까칠하지만, 본질은 솔직하고 따뜻한 매력이 있고요. 또 점점 교코를 좋아하는 마음이 보여서 귀엽지 뭡니까.

 

한마디로 이 소설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제일 큰 장점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말랑말랑한 썸같은 관계를 이렇게 잘 쓸 줄은 몰랐어요. 교코는 돈 많은 남자를 공략하려고 하지만, 저는 시바타와 더 잘 어울린다고 봐요. 둘의 관계는 오픈 엔딩인데 시바타가 잘만 노력하면 교코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도요. 

 

이처럼 주인공들은 귀여운 반면, 살인사건에 숨겨진 사연이나 범행 트릭,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은 다소 지루했어요. 왜냐하면 범인의 정체는 너무 뻔하거든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친절한 작가라서 독자에게 범인의 단서를 잘 뿌려주는 편입니다. 그래서 범인의 정체보다는 과거에 숨겨진 사연이나 범행 트릭을 위주로 추리하게 되는데, 가벼운 분위기의 글이다 보니 긴장감이 별로 없어요. 그나마 교코가 전화통화를 몰래 엿듣는 씬이 조마조마하긴 했지만. 

 

그래도 귀여운 캐릭터 덕분에 한 번쯤 읽어보기 좋은 글입니다. 두 주인공이 또 등장하는 시리즈는 없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목록을 찾아보기까지 했으니까요. 아쉽게도 시리즈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댓글